문화 / Culture

오빛나 “인생을 즐기려면, 유럽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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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보내고 직장에 복귀해 모니터와 마주 앉은 아침, 깊은 피로가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이번 휴가엔 아무것도 안 할 거야.’ 굳은 다짐은 애석하게도 번번이 좌절된다. 일주일, 길어야 열흘의 휴가에서 무위와 여백은 다소 사치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국 비행기 티켓을 끊고, 일정을 잘게 쪼개고, ‘좋아요’와 ‘하트’를 염두에 둔 사진 명소를 전전하고, 지쳐 나가떨어질 즈음에야 슬슬 후회가 된다. 내가 꿈꿔온 휴가란 어떤 모습이었던가? 아니, 휴가란 과연 무엇일까?

 

여행작가 오빛나 저자가 몸소 경험한 휴가의 기록, 『나의 유럽식 휴가』 는 앞선 두 질문에 내어놓은 답이다. 저자는 누구보다 유랑을 사랑하는 생활인이며, 휴가의 본질을 고민하는 모험가다. 7년간의 회사원 생활을 접고 등짐을 맨 채 지구 곳곳을 누볐던 그는, 훌쩍 고국을 떠나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델프트에 정착해 때때로 휴가를 즐기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오빛나가 엿본 유럽 사람들은 과연 ‘휴가를 위해 사는’ 족속들이다. 연간 30일가량의 유급 휴가를 받는 유럽 사람들에게 최우선 과제는 ‘먹고 마시는’ 일, 그리고 바다든 숲이든 계곡이든 ‘뛰어들거나 드러눕는’ 일이다. 심지어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가 속의 휴가’마저 성수한다. 트레킹을 하거나, 맥주 투어를 떠난다든가, 전통 요리를 배워 보는 등의 흥미로운 도전과 체험은 이 느슨한 휴가에 신선한 긴장을 불어 넣는 요소다.

 

그리하여 『나의 유럽식 휴가』 는 여유만만하되, 남다른 감각과 취향으로 충만한 여정을 제안한다. 안달루시아에서 타파스 호핑하는 법, 브뤼셀의 숨은 벽화 탐험, 율리안 알프스의 캠핑 문화, 달마티아의 작은 섬에서 즐기는 클러빙, 네덜란드의 낯설고 신비로운 근교 도시 투어, 그리고 동서양이 공존하는 몰타의 유적 탐방까지. 낯설지만 용기 내어 도전해볼 만한 여정을 엮었다. 스스로에게 특별한 휴가를 허하고 싶은 이라면, 지금부터 오빛나 저자가 들려줄 휴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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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박차고 나와 세계일주를 했고( 『잠시멈춤, 세계여행』 이 그 여행의 결과물입니다), 지금은 한국을 떠나 네덜란드에 정착해 새 삶을 꾸리고 계시죠. 유럽 사람들의 삶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동안 '여행'보다 '휴가'를 앞세워 이야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 유럽 생활을 시작했을 때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속도였어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한국과 달리 여기는 인터넷 설치하는데 2~3주는 기본이고, 6시면 문을 닫는 상점이 수두룩한 데다 작은 행정처리에도 사전예약이 필수니까요. 뭐든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유럽 사람들은 이 느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신기했어요. 유럽살이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이 ‘느긋한 삶’이 ‘워라밸’에서 오게 되었음을 깨달았죠. 누구나 퇴근을 하고 주말과 공휴일은 쉬어가야 하는 법이니, 내가 급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추가 근무를 강요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근무시간 내내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다 시간이 되면 쿨하게 휙 퇴근해 버리는 직장동료나 연초부터 휴가 기간을 미리 공지하는 레스토랑을 보면서 유럽 사람들은 진짜 놀 땐 놀고 일할 땐 일하는, 그 경계가 분명한 이들이구나 싶었죠. 그러다 문득 이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쉬는지 궁금해졌어요.


휴가란 무엇일까요? 휴가의 속성은 여행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까요?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기 힘든 이들이라면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할까요?

 

학교나 직장에서 일정(一定) 기간(期間) 동안 쉬는 일 - 사전적 의미 그대로 ‘쉬는 행위’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휴가=여행’이라 생각하는데, 사실 여행은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해요. 실컷 잠을 잔다던가, 먹고 싶었던 음식을 잔뜩 먹는다던가, 멀리 떠나지 않고도 쉴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까요. ‘휴가=여행’이 되려면 여행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여행지에서 먹고 자고 하는 모든 행위의 주체가 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을 위해 에너지를 쓰는 일은 학교나 직장에서 이미 많이 하고 있잖아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만 좋으면 되는, ‘나를 위한, 조금은 이기적인 시간’이 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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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휴가를 즐기기 위한 준비물 3가지가 필요하다면, 무엇을 꼽으시겠어요?

 

여행의 무드를 좌우할 BGM, 쉽고 빠른 변신(?)을 위한 선글라스, 그리고 노트요. 일기를 쓰든 그림을 그리든 중요한 정보부터 심심풀이 낙서까지 마음대로 남겨둘 수 있잖아요. 그렇게 끄적이고 있자면, 휴가를 그대로 박제하는 느낌이 든달까요.


『나의 유럽식 휴가』에서는 여정을 탐미주의, 자연주의, 낭만주의의 3가지로 나눠 제안합니다. 그렇다면 오빛나 작가는 어떤 유형의 여행자인가요?

 

예전에는 탐미주의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자연주의에 가까운 여행자가 되었어요. 어린아이와 함께 여행하다 보니 자연의 아름다움을 좇게 되더라고요. 뭔가를 탐구하고 이해하기는 조금 이른, 세상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한 나이(3.5세)의 아이라 자연 속에서 뛰놀며 다양한 자극을 받게 하고 싶어요. 자연 그대로를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면서요. 


지난 여행을 조금 더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오빛나 작가만의 여행 기록법을 귀띔해주세요.

 

여행 중에 메모를 많이 하는데, 그 형식이나 소재를 특별히 제한하지 않아요. 여행 정보나 감정 혹은 그날 들었던 음악 같은 제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적어둬요. 긴 글이 될 수도 있고 단어의 나열이 될 수도 있지요. 노트를 주로 사용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도 많이 활용해요. 저는 이동 시간에 뭔가를 하는 것보다 창 밖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을 즐기는데,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들을 음성 메모로 남겨요. 생각나는 대로 휙휙 내뱉다 보니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언어가 메모장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물론 ‘아무 말 대잔치’로 끝나는 음성 메모도 많지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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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구상하고 있는 여행이 있나요? 다음 행선지가 궁금합니다.

 

서너 가지 루트가 이미 구상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노르웨이예요. 네덜란드에서 보기 힘든 것이 바로 산(전혀 없음)과 눈(겨우내 한 번 올까 말까)이라서 이 두 가지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노르웨이, 북극권 여행을 구상하고 있어요. 아이가 아직 어려 험한 트레일을 걷기는 어렵고, 계절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많이 달라서 몇 번에 나눠서 방문하게 될 것 같아요.   


떠나고, 머무르고, 다시 떠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삶의 모습에 만족하나요?

 

네. 타향살이하는 중이니 외로운 날도 있고, 늘 어렵기만 한 육아에 지치는 날도 있어요. 배낭 하나 메고 전 세계를 떠돌던 그 자유로운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낯선 땅에서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는 지금의 삶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해요. 떠나 있으면 할 수 없는 경험이니까요. 물론 지금도 다시 떠날 날을 꿈꾸고 있어요. 일과를 마치고 남편과 훗날의 떠남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도 하죠. 머무는 일상이 있어야 떠나는 일이 설렐 수 있으니까요.

 

 

 

* 오빛나

 

평범한 대한민국의 회사원 생활을 뒤로하고 여행작가가 됐다. 7년 차 직장 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남편과 2년 동안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이 여행을 계기로 『잠시멈춤, 세계여행』을 썼고, 이후 『인조이 인도』, 『트립풀 암스테르담』을 펴냈다. 세계여행 후 네덜란드 소도시 델프트로 이주해 지금은 이방인으로, 여행생활자로, 두 아이의 엄마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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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럽식 휴가오빛나 저 | 중앙북스(books)
맛과 멋을 좇는 탐미주의 여행, 싱그러운 물빛과 녹음을 사랑하는 자연주의 여행, 그리고 섬과 섬 사이를 떠도는 낭만주의 여행. 생동감 넘치는 사진과 문장으로 제안하는 여정 속에서 당신만의 ‘유럽식 휴가’를 발견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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