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아이리시맨> 누구를 위한 ‘단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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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결말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미 호파(James Riddle Hoffa)는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전미 트럭 운수노조의 위원장을 ‘무려’ 10년(1957~1967)이나 지냈다. 그 기간 조합원만 230만 명이었다. 조합원들의 임금을 보장하는 전국 화물 기본협정을 성사시키는 등 높은 지지를 받았다. 권력이 막강했다는 얘기다. 지미에게는 조합원뿐 아니라 뒤를 봐주는 마피아도 권력을 유지하는 배경이었다. <아이리시맨>은 지미와 마피아 간의 커넥션에 주목하는 넷플릭스 영화다.

 

지미(알 파치노)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연설로 유명하다. 그때마다 그가 강조한 단어는 ‘단결 solidarity’이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억압하는 지배층을 향한 한목소리의 ‘단결’이 일차적인 의미이지만, <아이리시맨>은 지미 호파와 이탈리아계 마피아 보스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와 아일랜드 혈통의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 간의 단결(?)에 주목한다.   

 

지미는 노조위원장이 되기 위해 버팔리노 가문의 마피아에 도움을 받았다. 러셀은 충직한 프랭크로 하여금 지미를 보호하도록 손을 썼다. 미국의 주요한 노동 역사의 사각지대에서 이뤄진 ‘검은 단결’은 <아이리시맨>이 드러내고자 하는 미국 현대사의 습기 차고 곰팡이 슬은 이면이다. 안 그래도, <아이리시맨>은 원작 ‘아이리시맨 I Heard You Paint Houses’를 쓴 프랭크가 죽음을 앞두고 고백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원제에서 ‘페인트칠 Paint Houses‘은 총을 쏘아 사람을 죽여 튄 피가 벽에 묻는 것을 의미한다. 러셀의 명령에 따라 조직에 누가 되는 이를 살해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프랭크가 전면에 나섰다. <아이리시맨>에는 수많은 죽음이 등장한다. 지금껏 미제로 남아 있던 지미 호파의 실종이 이 영화에 따르면 프랭크의 살해인 것으로 드러나고 연루된 인물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영화 속 생존 상태에서 자막으로 자세히 설명해 죽음을 예비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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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 사고, 존 F. 케네디의 암살과 워터게이트 등이 지미와 러셀과 프랭크의 사연 중간중간 따옴표를 찍듯 언급된다. <아이리시맨>이 유사 죽음 상태의 프랭크의 발언을 빌어 죽음과 몰락을 이야기하는 작품인 것을 고려할 때 미국의 죽음 혹은 몰락을 상징하는 장치다. 죽기 전에 자신과 연을 끊은 막내딸을 만나려 애를 써도 외면당하는 프랭크의 처지는 곧 미국 현대사를 이끈 아버지 세대의 초라한 몰골이기도 하다.

 

막내딸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프랭크는 또 다른 딸을 찾아가 자신이 ‘페인트칠’ 일을 맡았던 건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항변한다. 무엇으로부터 보호, 라는 딸의 질문에 프랭크는 선뜻 답을 내지 못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단결이었나, 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지미는 노조위원장이 되기 위해, 러셀은 지미를 돕는 대가로 얻을 혜택을 위해, 프랭크는 조직의 충성을 위해, 즉 검은 이득을 공유하기 위한 협잡의 차원에서의 단결이었다.

 

배심원 매수와 사기 혐의로 복역했던 지미는 닉슨에 후원금 조의 거액을 준 댓가로 노조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닉슨 정권 당시 사면받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노조위원장이 되기 위한 의중을 숨기지 않았고 이를 조직에 해가 된다고 판단한 마피아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에 맞춰 닉슨 정부도 워터게이트 사건이 폭로되면서 몰락했다. 권력을 잡겠다고 불법을 서슴지 않는 행태는 마피아나 노조위원장이나 미국 정부나 다르지 않았다.

 

<아이리시맨>을 연출한 마틴 스콜세지에게 갱스터물의 단결이란, 이득을 서로 나누어 가질 때나 ‘좋은 친구들’의 가치이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배신과 살해가 난무하는 ‘갱스 오브 뉴욕’의 세계에서 결국에는 누구 하나 제대로 살아남지 못하는 ‘죽은 자들 the departed’의 넋두리다. 과연 누구를 위한 단결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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